집에 딸이 없으면 막내가 딸 노릇을 한다는 말처럼,
저희 집에서는 주안이가 딸 노릇을 합니다.
가족들 생일이나 기념일이 되면,
주안이는 늘 조그마한 선물과 카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해서 웃음과 기쁨을 전해주곤 합니다.
이번에도 Mother’s day가 되어서
‘주안이가 카드를 준비했겠지!’ 생각하고는
‘엄마에게 카드 준비한 것 어디에 있어? 우리도 써야지?’라고 말했더니,
‘이번에는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행동을 용납할 수 없지’
-(아이들 표현으로 이것을 piggybacking 이라고 한다네요^^)라고 하더니,
주안이 혼자서 준비한 시를 아내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시의 제목은, ‘When you thought I wasn’t looking’
(내가 보지 않는다고 엄마가 생각했을 때)라는 제목의 시였습니다.
시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보지 않는다고 엄마는 생각했지만, 나는 엄마가 가족을 위해서
음식하는 것,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을 보았고, 감사함을 느꼈어요.
엄마는 내가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엄마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을 보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았고,
나도 엄마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친절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바쁜 가운데서도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서 차를 운전해 주고,
나의 필요한 것을 사주는 것 등등 이 모든 것들을 나는 보았고,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주안이가 쓴 시를 보고는 ‘항상 아이인 줄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컸구나!’라는 생각에 대견하기도 했고, 가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부모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표정 하나까지 그들의 가슴속에 그대로 전해지며,
심기워져서 그들의 인격을 만들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거룩한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자녀는 부모를 보면서 자라납니다.
부모의 좋은 면만 배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좋지 않은 모습도 함께 보고 배우게 됩니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짜증 섞인 목소리와 말투. 얼굴 표정 하나까지,
내가 버리고 싶고, 버려야 할 모습까지 아이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아이들만 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 안 보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하는 우리들의 행동 하나, 표정 하나까지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주안이의 시처럼 보고도 못 본 척 하고,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진면목은
정작은 나를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는 셈입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면’ 내가 부끄러워서 버려야 할 모습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