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몰래카메라’
같은 영상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카메라를 숨겨 놓고 어떤 상황을 실제처럼 연출한 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입니다.
이번 주에 아내와 함께 한 식당에 갔습니다. 점심시간이라 식당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우리 바로 옆자리에는 중년의 두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우리와 거리가 30센티도 채 되지 않았기에, 대화가 고스란히 들려왔습니다.
두 사람도 막 자리에 앉은 것 같았습니다. 잠시 후 형 같아 보이는 사람이 말했습니다. “너는 어떻게 네 컵에만 물을 따르고 내 것은 못 본 척하냐? 너는 어쩜 그러냐?” 그 말을 들은 동생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있다가 형이 음식 하나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이게 뭐지?” 그러자 동생이 “그거 무화과야.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 가사에도 나오잖아” 하면서, 그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러자 형이 말했습니다, “야, 밥 먹다가 무슨 노래냐? 참 이상한 놈도 다 있네.”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저는 처음에는 ‘동생이 참 무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화가 계속될수록 형의 말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혹시 우리 반응을 지켜 보려고 어디 몰래카메라를 숨겨 놓은 것 아니야?’ 그래서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볼 정도였습니다.
조금 있다가 동생이 또 말했습니다. “나 요즘 몸이 왜 이렇게 가려운지 모르겠어. 뭐가 자꾸 나네.” 그러자 형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습니다. “이 더러운 놈아. 너는 어떻게 몸이 가려울 때까지 그냥 두냐? 몸을 좀 씻고 다녀라.” 제가 듣기에도 참 우습기도하고, 무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동생도 참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형하고는 무슨 말을 못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사라졌고, 얼마 후 둘은 식당을 나갔습니다.
두 사람이 나간 뒤에 저는 한동안 출입구를 바라보았습니다. 누군가 카메라를 들고 와서 “옆에서 대화를 들으면서 어떠셨어요?”라고 물을 것만 같았습니다. 끝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일까?” 나는 다른 사람에게 편한 사람인가? 불편한 사람인가? 나는 사람을 인정하고 세워주는 사람인가? 아니면 나도 모르게 사람을 작아지게 만드는 사람인가?
사람은 누구나 나와 생각도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좋은 관계란 “상대방이 내 곁에서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해 주는데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며, 헤어진 후에는 힘을 얻어 기쁨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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